부상 : 떠오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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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갤러리강호 댓글 0건 조회 49회 작성일 26-01-08 12:46본문
덕성여자대학교 운지문학회&한빛 연합 "운빛" 전시회
새하얗게 내려앉는 흰 구름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을 들여다본다 비눗방울을 불며 천진하게 뛰어놀던 지난날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에도 즐거워하던 시간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즐거이 추억을 나누던 날 ,
맑게 개인 날이든 입김이 나오던 날이든 언제고 명랑했던 찬란함을 마주하며 흰 눈 위에 찍어내는 발도장 눈사람을 도닥이고
목도리를 둘러주는 손 십 분 뒤에는 내려가야지 추억과 환상을 접어두고 다시 삶 속으로, 별들을 품고 내일을 향해
못(정효원/박민진)
못은 흐르지 않는다 일렁임에도 나아가지 않는다
흙과 물은 작은 힘에 압도되어 그대로 억류되고 낙엽이 떨어지고 먼지가 내려도 탁해질 뿐 털어내지 않는다
무수한 시간이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물이 괸 이 곳에 풀이 나고 꽃이 피고 수많은 이들이 집 삼아 벗 삼아 못을 찾는다
못의 시간은 그렇게 흐른다
숲, 기록(강아린/배윤서)
우리는 초록을 알지 못하니 숲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초록빛 햇살은 부서지듯 드리우는데 어찌 숲이 궁금하지 않을까
우리는 숲을 알지 못하나 숲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이다
하여금 이곳에 초록과 같이 서서 그들의 그림자 밑에서 안식을 찾고는 끝이 있는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우리는 그곳에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바람소리에 대화를 띄운다
초록은 영원하지 않지만 숲은 이어지고 나는 영원하지 않지만 이 땅에 다리를 내리우며 초록과 같이 살아간다 ,
이곳은 숲 우리의 초록
유년 여름(최은수/이가연)
비참을 알기 전엔 비참해본 적 없었다 물속이 어두운 줄 몰랐던 수련처럼 자랐다
어느 날 물 위에 올랐더니 너 네가 불행한 줄도 몰라서 불행하구나 하는 말소리들에 나는 불쌍한 사람 이 되어있었다
그냥 그랬던 때가 있었다고 회상하곤 한다
그런 사념은 관두자고 다짐했던 사 나흘의 여름이 저물고 내밀었던 고개는 심심찮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나는 그제야 그곳이 어둠인 줄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숨을 쉴 수 있었다
물에서 살아가는 법은 이미 비 참이 비참인 줄 모르던 시절부터 이 터는 저 위에서 보기엔 수중이나 다름없어 보인다는 걸 ,
모르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내밀면 돌아오는 애정과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슬픔이
유 년의 양분이었기에 나의 물속은 영영 어둡지 않았다
온 마음에 맞은 햇빛에 말라죽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여름은 길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멈춤(최윤서/이은재)
달리고 달렸다 그러다 잠시 정지한 곳엔 내가 잊고 살았던 풍경이 있었다
느릿한 바람 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는 옥수수 어느샌가 축 늘어져버린 할머니의 머리칼 묵묵히 내어주는 과일 한 접시 후우 -
숨을 들이 마신다 따뜻한 온기가 가슴 한 켠을 적셔온다 그렇게 내 마음의 시계가 다시 흘러간다 그곳엔 잊고 살았던 정이 있었다
심해 팽창 이론(박예나/조승연)
멀어지려 애쓰면 안으로 깊어진다 피보나치수열을 비눗방울처럼 삼키며 다시 만날 때까지 기 다릴 수 있지 , , , 하나 하나 둘 셋 다섯 여덟 , ,
목구멍 아래서 곪으며 부풀어 오르는 심해와 우주 저 사람은 어항을 뒤집어쓰고 풍경처럼 말한다 맑은소리가 날 것 같지만
뻐끔 3407 그건 번째 탐사를 떠나며 내뱉은 조잡한 낱말 우주복 아래 애틋한 수몰 같은 것 , 수평선은 서로를 만질 수 없기에 하나로 정의된다
나 너에게 딱 한 뼘 남았는데 파란 셀로판지 선글라스를 쓰고 서로가 없는 것처럼 굴다가 물거품과 구름으로 나와 너를 구 분하다가
호수 가운데에 붙인 판박이 물고기가 묵음으로 말한다 그리하여 다시 만날 때까지 , , , 여덟 다섯 셋 둘 하나 하나 , 뻐끔 , ,
우리 파란 여름에 힘껏 빠져 물 먹은 종이가 되자 겹쳐서 떨어지지 말자 이름마저 물렁해져 서로의 오해가 되자
아주 조잡한 재해가 되자 행성을 뒤집어쓰고 이제야 명료하고 발랄한 한 뼘이 헤엄친다 , 하나 둘 셋 , 뻐끔
매 순간 쉬는 숨(김경림/홍연정)
문득 흐름에 나를 던져놓을 때가 있다
순간에 연연하기 싫어서 머릿 속 생각도 눈으로 보고 있는 것도 물 흐르는 대로 구름이 바람타는 대로 그렇게 흘려둔다
그러면 꼭 내가 인간이 아닌 생명체 같다 하지만 너무도 빠른 심장박동이 나를 구름 속에서 꺼내 온다
아직은 연연하려고 한다 어린 우리는 순간 행복하고 순간 좌절하자 나를 흘려두기엔 아직 심장이 빠르게 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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